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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감정 수업

감정 수업- 잔혹함

by 안전기지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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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의 감정 수업 中

잔혹함- 사랑의 비극


잔혹함 이나 잔인함이란 우리가 사랑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자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를 자극하는 욕망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몇몇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하게 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적 문제도 없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해지는, 분명 기이하지만 동시에 흔한 현상이 있습니다. 

 

보통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행복을 안겨 주고자 하는 법인데, 무슨 이유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해지는 걸까요?

 

"잔인함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려는 욕망"이라는 스피노자의 정의를 조금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잔인함은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 한때 서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려는 욕망"이라고 말입니다. 

 

한때 사랑했던 남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한 사람은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 중 왜 한 사람만이 사랑이 식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을 사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인간은 사랑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한때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상대방의 사랑은 떨치기 힘든 부담감으로 다가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을 지금은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그가 아니라 바로 나인 셈입니다. 

 

배신의 피를 혼자만 묻히고 있는 것이 싫어서일까, 나는 상대방도 사랑을 배신하는 피를 흘리도록 강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잔인함이라는 감정의 서글픈 실체입니다. 내가 지금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까지 나는 상대방의 가슴에 잔인한 행동과 잔혹한 말을 비수로 던져 피를 흐르게 할 참입니다. 

 

슬프게도 이런 식으로 한때 두 사람을 천상에 살게 했던 사랑은 피를 흘리며 무참히 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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