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수업 - 치욕

치욕은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비난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내면에 발생하는 감정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타인이 비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비난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느냐의 여부이다. - 강신주의 감정 수업 中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의 감정 수업 中

- 치욕 -
잔인한 복수의 서막

 

치욕은 우리가 타인에게 비난받는다고 생각되는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역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고전 [한비자]에 등장하는 개념인데, '거꾸로 된 비늘'이라는 뜻입니다. 

 

용의 머리 뒤편에는 다른 비늘 방향과 반대로 되어 있는 비늘이 모인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용을 탄 사람이 잘못해서 그 부분을 만지게 되면, 용은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려 자기 등에 타고 있는 사람을 물어 죽입니다. 

 

한비자가 용의 거꾸로 된 비늘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사람마다 '역린'이 있으니, 그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빠지지 않는 뱃살이 역린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뚱뚱한 사람에게 "어머, 건강해 보여서 너무 다행이지."라고 말했다고 해볼 때, 뚱뚱한 사람은 그 말에 모욕감을 느끼고는 자신의 치부를 건드린 그 사람에게 적의감과 반감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못 배운 부모가 역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어머니는 무슨 과 나왔니?"라고 가볍게 되묻는 것조차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한 살의를 견디기 힘들 테니까 말입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이혼 경력이 역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 요즘엔 돌아온 싱글이 대세야." 라는 말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혼한 사람은 그 말을 자신에 대한 동정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마다 역린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외모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강한 반감을 표현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외모를 역린으로 갖고 있는 사람도 그가 처한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외모가 역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인간 관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만나고 있는 사람의 역린을 먼저 파악할 일입니다. 

 

역린만 건드리지 않고 보호해준다면, 우리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웬만한 섬세하이 아니고서는 사람마다 다른 역린, 그리고 상황마다 옯겨 다니는 역린을 파악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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