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의 감정 수업 中
반감- 아픈 상처가 만들어 낸 세상에 대한 저주
반감이란 우연적으로 슬픔의 원인이 어떤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정말 헤어져야 하는데 남편과 이혼하지 못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폭력적인 남편과 함께 사는 일은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집을 떠나서는 먹고살 길이 막막한 것입니다.
그렇게 체념해도 자신을 벌레처럼 보는 남편의 싸늘한 눈빛을 보면, 그가 당장이라도 해칠 것 같은 공포감에 그녀는 사로잡히게 됩니다.
남편이 밉다, 그렇지만 또 그런 남편으로부터 떠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도 밉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아들까지 점점 미워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들이 성장할수록 아버지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설거지하다 그릇이라도 깨면, 아들은 마치 남편처럼 혀를 끌끌 차며 자신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그녀가 아들에게 반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반감을 갖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어머니로서 그녀의 자괴감도 또 얼마나 클까요.
반감이라는 감정은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자신이 싫어했던 사람의 모습을 새로 만난 사람을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그래도 반감이 생기는 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첫 만남에서 반감을 느꼈을지라도 그가 사실 나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내면을 갖춘 사람일 수도 있고, 심지어 행복하게 만들어 줄 사람일 수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과거 자신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던 사람을 연상시키는 사람과 어떻게 함께 있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반감에 쉽게 사로잡히는 사람들은 과거 망령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행복과 미래를 모두 기대한다면, 비록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 망령을 쫓아내야만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것이 어디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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