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번의 영혼은 어린 시절 충족되지 않은 신체적인 욕구, 침해,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분위기에 대한 반동 불안을 둘러싸고 있으며, 그 상태로 움츠러들어 있다.
6번은 닥쳐올 정신적 외상을 예상하고 걱정이 가득한 채 방어 자세를 취하지만 절망적이게도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며, 이 느낌은 그 밖의 모든 것을 압도해버린다.
6번은 주위 환경은 믿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했고, 어린 시절에 이런 불안정한 렌즈로 부모를 바라보았다. 수시로 정반대로 행동하는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 손에 길러졌을 수도 있다.
또는 부모가 사소한 일에도 자극받아 예측할 수 없이 발적으로 분노했을 수도 있다. 부모 중 한쪽이 감정의 기복이 심했을 수도 있고, 자녀에 대한 애정이 질이 시시때때로 극단적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부모 중에 주로 양육을 맡은 사람이 아기인 6번의 몸을 다루거나 요구를 들어주면서 자신 없어 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소심한 성격이었을 수도 있다.
한쪽 부모가 엄격하고 권위적인 사람이라서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어린 6번을 겁줬을 수도 있다. 실제로 부모가 어떠했든 6번은 '신성한 믿음'과 '신성한 직관'에 예민하기 때문에 이런 요인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 경험이 각인되었다.
발달 중인 아이의 의식은 한쪽 혹은 양쪽 부모 모두, 또는 환경 전체가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관되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전적으로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아이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리하여 영혼은 생존 불안과 육체적 죽음에 대한 려움을 중심으로 고착되었다.
자신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무력함과 무능함에다, 뢰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한 인상이 결합되어 6번의 자기 관념에 각인되고 그 핵을 형성했다.
이처럼 유아기에 굳어진 현실에 대한 이해는 6번의 영혼의 틀을 형성하고, 알마스가 냉소적이라고 표현한 6번의 세계관 전체로 퍼져나간다.
'신성한 믿음'이 없으면 믿음의 형태는 잇지만 이런 식이다. 이 우주에는 근본적으로 사랑도 지원도 없으며, 인간 역시 본래 이기적이고 스스로를 강화할 뿐이며,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존재다.
이 세상은 냉혹하고 인사정없는 곳이다. 생존경쟁에서 강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자신을 크게 부풀리든, 공연하게 자신이 약자라고 여기든 6번의 눈에 비치는 현실은 그렇다.
희망과 의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겠지만,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믿는 냉소주의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들의 영혼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
그런 세상에서는 만약 타인의 자기만족을 해하면 그가 자신을 잡으러 뒤쫓는다는 '확신' 외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
자신의 참된 토대인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면 자신의 본성 속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것을 거의 찾지 못한다. 그러면 6번은 발 딛을 기반 없이 남겨지며,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절망적으로 무력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위협적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생존도구라고는 자기의 지력밖에 없는 채, 진정한 지원군인 내면의 어떤 것과도 연결은 고사하고 인식도 못 할 때 맞닥뜨리는 결과는 내면의 부족감밖에 없다.
인생의 작은 접전들에서 필요한 뭔가를 갖지 못한 기분이 6번의 결핍 상태이며, 앞서 설명한 대로 자기 관념의 핵을 형성한다. 이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이 생존의 위기에 처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예를 들면, 한 배에서 난 새끼들 중에서 작고 약한 동물, 준비가 부실한 자, 무방비 상태인 자, 부적절한 자, 연약한 자, 겁쟁이처럼 말이다.
타인의 삶은 더 힘세고, 강하고, 튼튼하고, 똑똑하고, 상황에 밝고, 능숙하고, 능력 있고, 무엇보다 자신감에 넘쳐 보인다.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인식과 그 속의 자신은 불충분하다는 느낌이 6번 유형의 고착화된 심적 태도 '겁 많음'이다. 여기서 이 유형 특유의 모든 행동, 감정적, 지적 패턴이 나타난다.
반동 불안과 생존 불안을 중심으로 현실에 대한 6번의 태도가 어떻게 배열되는지 앞서 살펴본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 순수한 육체적 본능의 차원, 즉 인간 영혼의 동물적인 부분이 가장 지배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에니어그램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성격의 근간을 형성하는 이 차원이 6번의 각별한 선입견이다. 의식을 지학으로 생각했을 때, 위의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아래의 것, 즉 '실재'의 영역이 흐려진다.
6번이 타인의 내면에서 위협적으로 경험하는 자기 강화적이고 이기적인 경향뿐 아니라, 그 위협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6번의 본능적인 욕구도 이 동물적인 본능이라는 바탕에서 올라온다.
본능의 차원이 적인 동시에 구원자인 셈이며, 이 모순 속에 6번의 내면 풍경의 지형을 이루는 갈등과 불확실성의 뿌리가 박혀 있다.
책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 中' -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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