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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이야기/어린 시절은 왜 평생 영향을 줄까요?

어린 시절은 왜 평생 영향을 줄까요?

by 안전기지 202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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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난 일인데, 왜 지금의 나에게도 남아 있을까요?"

어린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습니다.

부모에게 혼났던 일도,

혼자 울었던 밤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도

이제는 과거의 일입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뒤에도 이상하게 비슷한 순간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표정이 조금 굳으면 눈치를 보고,

거절당하면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아프고,

누군가 멀어지면 버림받는 것처럼 불안해집니다.

반대로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거나,

잘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이미 지나간 어린 시절이 지금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걸까요?


어린 시절에는 세상을 이해할 기준이 아직 없습니다.

성인은 어떤 일이 생기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피곤해서 예민할 수도 있고,

아빠가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을 수도 있으며,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다릅니다.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세상은 부모와의 관계입니다.

그래서 부모와의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배워갑니다.

부모가 반복해서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면

"내 감정은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라고 배우고,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사람에게 기대도 괜찮구나."

라는 믿음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통해 '나'를 만들어갑니다.

아이는 처음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중요한 사람의 눈빛과 표정, 말과 반응을 통해 자신을 경험합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보여주었을 때

"우와, 열심히 했네."

라는 반응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내가 하는 일은 관심받을 만한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가 반복해서 무시된다면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은가 봐."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관계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에도 영향을 줍니다.


반복되는 경험은 마음속에 '관계의 지도'를 만듭니다.

애착이론에서는 어린 시절 중요한 사람과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대가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이를 내적 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

"사람은 내가 필요할 때 와주는가?"

"내 마음을 보여줘도 괜찮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관계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이 오래된 지도가 현재의 관계를 해석하는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대상관계에서는 관계 자체가 마음속에 남는다고 봅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어린 시절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 경험이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고 설명합니다.

아이 마음에는 단순히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만 남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도 함께 남습니다.

예를 들어 늘 부모의 기분을 살펴야 했던 아이에게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 + '눈치를 봐야 안전한 나'

라는 관계의 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힘들 때 위로받았던 경험이 충분했다면

'도움을 주는 사람' +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

라는 관계 경험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반복해서 들었던 말은 마음속에 남습니다.

실수했을 때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실패했을 때 자신에게 비교적 관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것도 제대로 못 해?"

"왜 넌 항상 그래?"

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면,

부모가 옆에 없어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나를 대했던 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작은 사건이 과거의 큰 감정을 깨우기도 합니다.

현재의 사건 자체는 크지 않은데 감정은 이상할 정도로 커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상사가 조금 지적했을 뿐인데 하루 종일 자신이 무능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연인의 연락이 늦었을 뿐인데 버림받을 것처럼 불안해집니다.

친구가 약속을 취소했는데

"역시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현재의 사건이 과거의 관계에서 반복해서 경험했던 감정과 연결되면 지금의 감정에 오래된 감정까지 함께 올라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사람에게 과거의 관계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에서는 과거 중요한 관계에서 형성된 감정과 기대가 현재의 사람에게 옮겨지는 현상을 전이(Transfere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권위적인 부모 앞에서 늘 긴장했던 사람은 상사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자주 비판받으며 성장한 사람은 상대가 단순히 의견을 말했는데도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은 현재의 관계에서도 끊임없이 좋은 사람임을 증명하려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오래된 관계의 방식으로 그 사람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이 중요한 이유는 '기억이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의 모든 일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억하지 못하는 경험도 많습니다.

하지만 관계의 경험은 꼭 이야기 형태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화를 내면 몸이 먼저 긴장하고,

갈등이 생기면 자동으로 사과하며,

힘들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상대가 멀어지면 본능적으로 붙잡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된다."

이런 자동적인 반응 속에도 오래된 관계 경험의 흔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의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고 하면 모든 문제를 부모 탓으로 설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발달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타고난 기질,

형제관계,

또래 경험,

학교생활,

사회문화적 환경,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관계,

그리고 수많은 삶의 사건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같은 가정에서 성장한 형제도 서로 다른 사람이 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을 이해하는 목적은 누군가의 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 것에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보다 "무엇을 배웠을까?"

어린 시절을 돌아볼 때

"우리 부모는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중요한 질문은

"그 관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일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착해야 한다고 배웠는지,

사람에게 기대면 실망한다고 배웠는지,

갈등이 생기면 관계가 끝난다고 느끼는지,

내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안전했다고 배웠는지.

이렇게 바라보면 과거를 비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재 반복되고 있는 나의 관계방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이 영향을 준다는 것과 평생 결정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우리의 출발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말까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경험합니다.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

갈등이 생겨도 떠나지 않는 사람,

내 감정을 이해해주는 사람,

실수해도 관계를 유지해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마음은 새로운 경험을 쌓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관계의 지도도 조금씩 수정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반복을 이해합니다.

상담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과거에 머물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가?"

를 살펴보면서 동시에

"그 경험이 지금의 관계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가?"

를 함께 바라봅니다.

예전에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맞춰주어야 했지만 지금도 그래야 하는지,

예전에는 혼자 견디는 것이 안전했지만 지금도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아야 하는지,

예전에는 잘해야 인정받았지만 지금도 자신의 가치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서 볼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선택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성인이 된 나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없었던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바꿀 수도 없고,

환경을 떠날 수도 없으며,

관계를 이해할 언어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선택할 수 있고,

거절할 수 있으며,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나는 이렇게 반응하는가?"

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동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이제는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음 한마디

어린 시절이 평생 영향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만은 아닙니다.

그 시절은 처음으로

사람을 믿는 법,

사랑받는 법,

감정을 표현하는 법,

갈등을 견디는 법,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배운 방식은 너무 익숙해서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해야 했지만, 지금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

어린 시절은 우리의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러나 그 흔적 위에 어떤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갈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음을 위한 한 줄

"어린 시절은 우리가 처음 배운 관계의 언어이지만, 평생 그 언어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본 글은 애착이론의 내적 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 대상관계이론의 내적 대상(Internal Object), 정신분석의 전이(Transference) 개념 등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심리교육을 위해 쉽게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현재의 심리적 어려움을 어린 시절이나 부모의 영향만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개인의 기질과 이후의 관계 및 환경적 경험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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