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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이야기/아이 마음속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아이 마음속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by 안전기지 202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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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곁에 없을 때도 아이 마음에는 부모가 남아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처음부터

"엄마는 나를 사랑해."

"아빠는 내가 힘들 때 도와줄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와 수없이 많은 순간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알게 됩니다.

울었을 때 누군가 와주고,

무서울 때 안아주고,

기뻐할 때 함께 웃어주고,

실수했을 때 다시 받아주는 경험.

이런 작은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아이 마음속에는 실제 부모와는 또 다른 '마음속 부모'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를 마음속에 담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Object)은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사람, 특히 초기에는 부모나 주양육자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마음속에 담는 것은 단순히

'엄마라는 사람'

하나만이 아닙니다.

엄마와 함께 있을 때의 경험,

그때 느꼈던 감정,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느낀 자기 자신까지 함께 담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었을 때 부모가 안아주며 달래주었다면 마음속에는

'나를 달래주는 엄마'

와 함께

'나는 위로받을 수 있는 아이'

라는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해서 거절당한다면

아이가 힘들어서 부모를 찾았는데 반복해서

"그만 울어."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라는 반응을 경험했다고 생각해봅시다.

아이에게는 단순히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줬다'

는 기억만 남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관계 속에서

'내 감정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

'내 감정은 귀찮은 것인가 봐'

라는 자기 경험이 함께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이미지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도 만들어갑니다.


부모의 목소리는 아이의 '내면의 목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물을 쏟았습니다.

부모가 말합니다.

"괜찮아. 닦으면 돼."

이런 경험이 반복된 아이는 나중에 혼자 실수했을 때 마음속에서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반대로 실수할 때마다

"넌 왜 맨날 이래?"

"이것도 제대로 못 해?"

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면,

부모가 곁에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난 왜 이것도 제대로 못 하지?"

부모가 실제로 말하고 있지 않아도 어느 순간 부모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은 처음에는 따로 존재합니다.

아주 어린아이는 한 사람의 여러 모습을 동시에 이해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안아주는 엄마는 좋은 엄마처럼 느껴지고,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엄마는 나쁜 엄마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경험되는 것입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이러한 초기의 심리적 과정을 분열(Splitting)이라는 개념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린아이에게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성장하면서 아이는 두 모습을 하나로 합쳐갑니다.

충분히 안정적인 관계가 반복되면 아이는 점차 중요한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나를 안아주는 엄마와

나에게 화를 내는 엄마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씩 이런 생각이 가능해집니다.

"엄마에게 화가 나지만 엄마를 사랑해."

"엄마가 내 부탁을 거절했지만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야."

좋은 모습과 실망스러운 모습을 함께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대상관계적 관점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심리적 발달입니다.


아이는 '완벽하게 좋은 부모'를 마음속에 담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항상 다정해야 아이 마음속에 좋은 부모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는 화를 낼 수도 있고,

아이의 마음을 놓칠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관계 경험입니다.

실망스러운 순간이 있더라도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힘들 때 충분히 반응하며,

관계가 깨졌을 때 다시 연결되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아이는 점차

'때로는 나를 실망시키지만 결국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부모'

를 마음속에 담을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안정적인 부모가 만들어지면

처음에는 부모가 실제로 옆에 있어야 안심했던 아이가 조금씩 혼자서도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어린이집에 가서 부모와 떨어져 있어도,

학교에서 어려운 일이 생겨도,

친구와 갈등이 생겨도,

마음 어딘가에는 이런 느낌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집에 가면 이야기할 사람이 있어."

"힘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부모가 눈앞에 없어도 관계에서 얻은 안정감이 아이 안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애착의 '내적 작동모델'과도 연결됩니다.

애착이론에서는 부모와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내적 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어갑니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

"사람은 내가 힘들 때 도와주는 존재인가?"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은가?"

이러한 기대는 이후 친구관계, 연애, 부부관계 등 새로운 관계를 해석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음속 부모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아이를 달래줍니다.

"많이 속상했구나."

하지만 성장하면서 조금씩 그 기능을 자신이 하게 됩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오늘 정말 힘들었구나."

라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실수했을 때

"잘못했지만 다시 해볼 수 있어."

라고 자신을 다독일 수 있게 됩니다.

즉,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었던 정서조절의 기능이 조금씩 아이 안으로 들어와 자기조절의 능력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은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한 번 했다고 평생의 내적 대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관계의 언어는 아이 마음속에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실수했을 때

"넌 왜 맨날 그래?"

보다

"이번에는 잘 안 됐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가 울 때

"울지 마."

보다

"많이 속상했구나."

아이가 실패했을 때

"엄마 말 들었으면 됐잖아."

보다

"결과가 생각대로 안 돼서 속상하겠다."

라고 이야기해주는 경험은 중요합니다.

언젠가 아이가 부모 없이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 말들이 아이 자신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속 부모는 어린 시절에 완성되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평생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성장하면서 만나는

좋은 선생님,

친구,

연인,

배우자,

상담자와의 관계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나를 존중해주고,

실수해도 관계를 끊지 않으며,

감정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기존의 관계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음속의 관계는 새로운 관계 경험을 통해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부모도 자신의 '마음속 부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반응할 때 현재의 아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유난히 화가 나거나,

아이가 울 때 이상하게 답답하거나,

아이의 실패를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함께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울었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실수했을 때 어떤 말을 들었는지,

사랑받기 위해 어떤 아이가 되어야 했는지.

그래서 부모가 자신의 양육을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양육기술을 배우는 것만이 아닙니다.

내 마음속에는 어떤 부모가 살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음 한마디

아이 마음속 부모는 어느 날 한 번의 사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깨워주는 순간,

넘어진 아이를 안아주는 순간,

화를 냈다가 다시 사과하는 순간,

함께 웃는 순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부모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부모가 해주었던 일 중 일부는 아이의 마음 안에서 계속됩니다.

부모가 대신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다시 해볼 수 있어."

부모가 바로 옆에 있지 않아도

"힘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어쩌면 양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아이가 영원히 부모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경험한 안정감을 자신의 마음속에 가지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부모를 위한 한 줄

"부모가 아이에게 반복해서 건네는 눈빛과 말은 언젠가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눈빛과 말이 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대상관계이론의 내적 대상(Internal Object), 분열과 통합의 개념 및 Bowlby의 애착이론과 내적 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을 바탕으로 부모교육을 위해 쉽게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부모의 특정 행동이나 한두 번의 실수만으로 아이의 내적 대상이나 이후 관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아이의 발달에는 기질과 가족환경, 이후의 다양한 관계 경험이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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